[그루터기 메일 No.1792] 무엇을 줄 수 있는가

외국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하던 청년이 있었다.
그는 학위를 받자마자 국내 교수직을 얻게 되어 뛸듯이 기뻤다.
귀국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그는 박사 논문을 지도해 주던 외국인 교수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를 하던 청년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교수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한국에서 교수가 된다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목적을 달성하다니 꿈만 같습니다!”

잠자코 제자의 말을 듣고 있던 교수가 입을 열었다.

“축하하네. 이제 학자로서, 자네가 세상에 무엇을 주고자 하는지 궁금하군.”

교수의 질문에 당황한 청년은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학자로서요? 물론 경영학 교수니까...”

“아니, 전공과목이 아니라 자네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일세.”

교수의 단호함 앞에 청년은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 글쎄, 무슨 뜻으로 물으시는지...”

“농부는 자신의 수고로 우리에게 귀한 먹거리를 선물하지.
저 웨이터는 줄곧 서 있으면서도 편안한 미소와 봉사로
우리에게 멋진 식사를 대접하고 있지 않나?
자네는 수년 전 내게 교수가 되고자 이곳에 왔다고 했지.
난 지금 왜 교수가 되고 싶은 건지를 묻는 거네.
자네는 학자로서 세상에 무엇을 주고 싶은가?”

결국 청년은 교수의 질문에 아무 답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헤어지기 전, 교수는 청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미래의 안락한 삶이 목적인 인생은 재미없지.
그런 게 자네의 행복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아. 내 나이가 되어 보게.
평탄한 삶, 매끈한 일상이 어느 날 문득 시시하게 느껴진다네.
자네가 세상에 주고 싶은 것, 줄 수 있는 것을 찾게.
그게 모든 질문의 답이 될 테니.”

<행복한 동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