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과 수능 성적 관리하기도 바쁜데 동아리활동을 계속해야 하나요?”, “우리아이는 가고 싶은 학과와 상관없는 음악동아리를 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 모임에서는 자녀의 동아리활동을 두고 질문이 쏟아졌다.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동아리활동이 대학 합격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아리활동은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결정적인 플러스 요소가 될 수 있다. 심지어 특별한 수상경력보다 더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해당 분야의 인재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는지를 가늠하려는 입학사정관들에겐 동아리활동은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동아리활동을 했는지 못지않게 그 활동을 증거로 어떻게 남겼느냐가 중요한 것.》

■ 비법1 ■ 스토리텔링하라!


동아리활동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작성하면 효과적일까? 입학사정관이 주목하는 대목은 두 가지. ‘동아리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다. 다시 말해 동아리활동을 양적으로 늘어놓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활동이 갖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하는 것. 동아리 포트폴리오 작성에서 매혹적이고 설득력 있는 ‘구성’과 ‘스토리텔링’이 결정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1학년 양숙희 씨(왼쪽)와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 1학년 김은하 씨는 특색있는 동아리활동 포트폴리오로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동아리 포트폴리오는 통일된 구성으로 작성하면 좋다. 수많은 지원자의 서류를 봐야 하는 평가자에게 일단 시각적으로 확연히 정돈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상황→행동→결과→느낀점’의 순서로 기록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결과’와 ‘느낀 점’. 이들 요소는 동아리활동을 통해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사실을 드러내어주기 때문이다. ‘무엇을 느꼈는지’, ‘그것을 통해 나는 어떻게 성장했는지’, ‘내 가치관과 진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진솔하고 설득력 있게 담는다.

교내 경제동아리에서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을 도맡은 학생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 학생은 산더미 같은 신문스크랩을 떡 하니 내밀면서 ‘업적’으로 과시한다. 이 경우 입학사정관들은 스크랩을 ‘무의미’하게 평가한다. 이때는 ‘경제기사를 스크랩하는 과정에서 국내 배추파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국내 농산물의 생산, 유통구조가 갖는 취약성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게 됐다’고 기록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아이가 희망 진로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동아리활동을 했다면, 이는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이때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진로와 동아리활동 간의 ‘접점’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고자 하지만, 학생이 참여한 동아리활동은 축구였다면? 이때는 축구에서 배운 팀워크와 리더십을 키워드로 삼아 장차 세계무대에 설 리더로서의 자질과 연관시키는 포트폴리오 작업이 가능하다.

■ 비법2 ■ 희망학과와의 접점을 찾아라!
경기 평택시 한광여고를 졸업한 양숙희 씨(19)는 올해 수시1차 자기추천전형으로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 합격했다. 양 씨는 고1 때부터 교내에서 무선국과 선플 달기 운동 동아리활동을 했다. 2학년 때 제3급 아마추어 무선기사 자격증을 딴 그는 고교 동아리방에서 점심 저녁시간에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미국 등지의 사람들과 교신했다. 새로 교신에 성공한 지역이 생기면 동아리방에 있는 세계지도에 점을 찍어 표시해나갔다. 거주지 인근에서 이주노동자를 돕는 행사가 열렸을 때는 무선통신으로 행사소식을 알려 3000여 명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태기도 했다. 


양숙희 씨는 경기 한광여고 재학시절 아마추어 무선동아리 활동을 했다. 양 씨는 이 경험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지원한 커뮤니케이션학과와 연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양 씨의 동아리 포트폴리오.

양 씨는 이런 일련의 활동을 포트폴리오에 반영할 때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화두에 천착했다. 자신이 무선교신한 내역을 표시한 지도와 동아리활동 사진을 포트폴리오에 첨부하면서 그는 ‘무선통신으로 국내외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고1 때까지는 법조인이 꿈이었지만 무선교신을 하면서 우리나라를 해외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에 미래를 걸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면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학과에 진학해 사회심리학적 측면으로 전공이론을 공부하고 싶다’고 적었다.

양 씨에 대한 평가에 참여한 송치만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다른 학생보다 활동경험 자체가 특출하지는 않았지만, 관심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과 학과공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온 사실을 포트폴리오로 확인할 수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 비법3 ■ 시각화하라! 

부산 삼성여고를 졸업한 김은하 씨(19)는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인하대 생명화학공학부와 한동대 글로벌리더십학부에 동시 합격했다. 김 씨의 특기는 발명. 내신 성적은 6등급이었지만 ‘2009년 대한민국 발명 콘텐츠 공모전’에서 119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김 씨가 대입에 성공한 것은 수상경력만큼이나 그가 제출한 포트폴리오가 특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 학교 발명부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메모한 내용을 모아놓은 300쪽 분량의 ‘발명노트’를 제출했다. 노트에는 일상생활에서 우연히 갖게 된 호기심이 발명과 보완으로 이르게 되는 과정이 시시콜콜하게 담겨있었다.

이 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시각화’ 작업이 따랐다는 점. 글자 수는 최소화 한 채 사진, 마인드맵, 도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글자만 깨알처럼 적힌 포트폴리오로는 수험생들이 제출하는 수많은 포트폴리오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평소 학교에서 배낭형 가방을 의자에 걸어두면 한쪽 끈이 흘러내려 결국엔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던 김 씨는 가방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포트폴리오에 첨부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고민내용을 간략히 글로 적었다. 다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품을 고안하기 시작해 최종 발명품(가방걸이가 달린 의자)이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일일이 사진으로 촬영해 근거자료로 붙였다. 그리고 주위 친구들을 대상으로 발명품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안정성 △편의성 △선호도를 나타내는 표와 그래프를 덧붙였다.

김 씨는 “단순히 어떤 발명활동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이런 발명이 어떤 문제의식에서 태동되었고 결국 어떤 해결책으로 이어졌는지를 시각적 자료를 통해 생생히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