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시작되던 해 서울대는 신입생 필수과목인 '교양영어'의 커리큘럼을 완전히 바꾸었다. 교과서를 독해하는 수업에서 영어 원어민이 지도하는 의사소통 방식의 수업으로 개편하고 이름도 '대학영어'로 바꾸었다. 학생들간의 차이를 고려해 기초영어, 고급영어 등 차별화된 과목도 개설하였다.

올해로 대학영어 도입 12년째. 서울대의 영어 교육은 한층 수준이 높아졌고, 한국을 처음 찾았던 원어민 강사들은 베테랑이 되었다.

재학생들이 꼽은 최고의 대학영어 강사 4명을 만나 서울대생을 위한 영어공부법을 들어보았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영어를 재발견하라 

"제가 서울대라는 곳에서 강의한다고 했더니 나이드신 교포 1세대 친척분들이 보는 눈이 달라지시더군요. 서울대가 대단한가보다 생각했죠."

조엘 박(Joel K.Park) 강사는 기왕에 영어를 가르치니 최고의 대학에서 강의해 보자는 생각으로 서울대에 왔지만, 처음에는 실망이 컸다고 한다. 왠만큼 웃겨서는 표정도 안 변하는 너무나 진지한 학생들, 영어 질문에 단답식으로만 답하는 소극적인 태도, 그것이 그가 경험한 서울대였다.

하지만 라이팅 강의를 맡으면서 그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들의 실력도 알아볼겸 부모님께 영어로 편지를 써 보라는 가벼운 숙제를 내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수려한 문장으로 구구절절한 편지를 써서 숙제로 제출했다. 모두가 시간을 엄격히 지켜서 제출했다.
"이것이 부모님이 말씀하시던 서울대였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그 뒤로 그는 무조건적인 확신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한다. "이 학생들은 모두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학생들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첫 수업에 들어 간다.

숙제를 안 해 온 학생이 있어도 그냥 벌점을 주기 보다는 "이 학생은 아주 잘 쓸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데 안 써 온 것이다"고 전제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고 설득해서 끝내 써 오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글쓰기를 해 냈던 어느 학생은 나중에 유학을 위한 에세이를 작성하면서 그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핵심 기술은 토론을 시키는 것

 

섀논 안트 (Shannon Marie Ahrndt) 강사는 미국에서 언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다른 문화권에서 가르쳐 보고자 서울대에서 처음 영어 강사를 시작했다. 기초교육원에서는 다문화 지식이 풍부한 그녀에게 대학영어 뿐 아니라 "영어권 문화의 이해"라는 과목도 함께 의뢰했다. 그녀가 말하는 영어학습의 비결은 "토론"이다.

"'대학영어' 과목을 가르칠 때랑 '영어권 문화의 이해'를 가르칠 때를 비교해 보면, 문화 이해 수업에서 학생들이 영어 실력이 훨씬 빨리 느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어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도 이 수업을 많이 수강하는데, 결혼제도라든지 음식이라든지 이런 쉬운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다보면 영어실력이 빨리 성장하는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이 섞여 수업을 들으면서, 자기 문화권에 대해서 영어로 이해시키기 위해서 예를 들어가면서 진땀 흘려 설명하노라면, 영어가 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낭 매고 24개국을 여행하며 얻은 생생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토론에 흥을 돋구는 그녀는, 보다 좋은 수업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방학마다 짐을 꾸린다고 한다.

"영어가 벽에 부딪히면 여행을 떠나라"

여행이 영어 공부에 최고라고 말하는 베테랑 강사도 있었다. 크리스토퍼 헤만 (Christopher Hemann)은 수 년 동안 반복된 경험이라며 이야기를 했다.

대학영어를 수강하면서 영어로 말하는 것을 힘들어 하던 신입생이 어느날 캠퍼스에서 마주치면 아주 유창한 영어로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건내곤 한다.

"100% 그건 여행을 다녀 온 겁니다."
공부만으로는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던 소통 능력이 여행 후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한 학기 강의를 마친 뒤 그의 종강 인사는 늘 이것이다.
"영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할 동기를 찾는 것입니다. 이제 시험이 끝났으니 당장 영어로 말해야 하는 동기를 팍팍 쥐어주는 나라로 떠나십시오."

"다른 사람이 되어보세요"

이안 니콜스 (Ian Downey Nichols) 강사는 아주 단촐한 시골마을에서 자랐다고 한다. 다문화가 일상화된 미국의 시민이지만 한국인처럼 단일 문화 속에 자랐다고 설명했다.

"저나 한국인들 같이 단일한 문화를 경험한 사람들이 다른 나라의 말을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것은 하나의 '연극' 같은 행위입니다."

그래서 그는 대학영어 시간에도 꼭 연극을 준비하게 한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야 다른 나라 말을 용기 있게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사람을 연기하고 나면 영어를 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아를 갖게 되어 영어 실력이 한층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영어 공부의 비법을 묻는 학생들에게 "완벽한 영어를 할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소통해 보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다른 문화와 언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그가 하는 충고는 서울대 학생들에게 따뜻하게 스며든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만 있는 학생이라면, 내가 한 학기만에 영어 잘하는 학생으로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많이 보았으니까요."
헤만 강사가 말하자, 네 명의 인기 강사들은 모두 동의를 보냈다.

2011.8.24
서울대학교 홍보팀